노브라 마데씨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름다운 패턴과 총 천연 색깔을 받아낼 수 있는 눈부신 햇살의 계절. 여름이다.
언제나 여름을 기다리는 나는 겨우내 묵었던 칙칙하고 무거운 옷들을 깡그리 정리해 버렸다.
부피만큼이나 몸도 가벼워졌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 후 처음 맞는 여름이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시선을 무시해야 할까. 자외선 보다 따가운 그 눈빛들.
몸에 걸쳐진 옷감이 그저 거추장스럽기만 한 나는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동네 욕받이가 되고 만다. 내가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 사람들 중 브라를 착용하지 않은 할머니도 많다.
으하하. ‘
‘할머니, 축 늘어진 레이온 티셔츠 위로 찌찌 다 티 나요. ‘
적은 옷감으로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행색과, 문신은 까만 피부 와 머리모양 조차도 지적 당할만큼 표적이 되기에 아주 적합 한가 보다.
작년 여름은 거의 매일 공원의 그늘에 나가 있었다. 재미있게 놀던 서로가
“ 엄마. “ 하고 부르며 나를 향해 달려오면 흐뭇해하던 사람들은 감출 수 없는 복잡한 표정에 시달리게 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너무 빤히 알아서 궁금하지도 않다. 냥.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즐길 뿐.
++ 오랜 세월.
남성 권력 중심 사회에서 그들의 시선은 여성들의 문화를 결정했다. 참하게 앞섬을 가리며 조신하게 다리를 모아야 했고, 생리대를 감춰야 했던 시절을 지나 뽕 브라 와 긴 생머리로 대변되는 섹시 청순을 지나 ,걸크러쉬 까지. 너무 뿌리가 깊어 있는 줄도 몰랐던 남성 패권에 여성들의 취향이 허락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줄도 몰랐던 엄마가, 언니가, 이모가, 할머니가 그게 당연한 것처럼 살아서. 나 같은 사람을 보며 얼마나 많은 손가락질을 했을까.
내 나이 열아홉, 길에서 담배를 태우다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세차게 욕을 먹었고, 내 나이 스물 넷 전철을 타고 가다 모르는 할아버지에게 노출이 심하다며 우산으로 엉덩이를 맞았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건 내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뭐가 그리 달라졌는가.
“ 길을 지나가는 여자는 다 되는데 내 여자는 안 돼. “
딱 이 정도.
+++ 이제 나이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
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딱히 누구 하나도 대안은 없었다. 그렇다면 정석은 당신이란 말인가.
몇 년 전 아는 선생님이 술을 마시다가 나에게 물었다. “ 너는 뭐가 답답한 게 많아서 그렇게 벗고 다니냐?. “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저는 아무것도 답답하지 않아요. 그냥 이 옷이 좋아서 입었을 뿐이에요.
뭐가 불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