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70407:생후 16일

Maade 2017. 4. 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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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0g

2017년 03월 23일 오전 7:19 생.
3270g/49.3cm.

조산원에서 수중분만으로 자연출산을 하려 했지만 우리의 준비와 계획대로 되는건 없었다.
21일 밤 10시경 이슬이 비쳤고,
22일 새벽 2시경 자고 있다가 갑자기 진통보다 양수가 먼저 터졌다.
오후 4시에 조산원에 갔지만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받았다.
얼떨떨 했지만 태연한 척 순천향 병원으로 갔다.
샌드위치에 죽까지 야무지게 챙겨먹곤 어느 순간부터 진통이 왔다.
이때부터 시공간의 느낌이 사라졌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통증이 산통 이라고 한다.
나는 무통 주사도 없이 14시간을 사지를 떨며,
간간히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산통을 겪었다.
시간이 지나도 자궁경부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고,
서로의 심박이 떨어져 가며 급히 수술이 결정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불쾌하리만치 환하고 추운 수술실 이었다.
척추마취에 들어가고 정신이 남아있던 나는 노래를 불렀다.
서로와 나를 위한 노래.

의도치 않은 상황에 서로가 세상을 접하게 되어 놀라진 않을까 싶었다.
뱃속에 있을때 가장 많이 불러줬던 '오빠뚜'와 '우리얘기'를 부르는 사이 서로는 예정일 보다 11일 늦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애어나 내 젖을 물었다.

병실로 돌아와서도 계속 정신이 없었다.
수술 부위위 통증과 갈증이 너무 심했다.
영문도 모른채 엄마와 시부모님이 차례로 다녀가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교는 혼자 남겨질것 같은 두려움에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엉엉 울었고,
어머님은 놀라 우리 엄마에게 전화해 우셨고,
우리 엄마는 그 길로 병원에 왔다고 한다.

서로와 나는 한동안 쇼크 상태로 몸을 떨었다.
수술 후 삼사일이 지나며 조금씩 안전을 되찾아갔지만,
내 몸은 아직도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요즘 자주 서러워 진다.
고장난 깡통로봇 같은 내 몸뚱아리가 눈물겹다.


서로는 몸무게도 잘 늘고 있고,
황달도 무사히 지나갔다.
먹성도 좋고,
소변, 대변도 좋다.
눈에 촌기가 서려있는 우리 서로를 보며
웃음지으며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생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느낌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