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ORY GIRL

2024,0606

Maade 2024. 6. 6. 19:55



스스로. 만드는 그림 일기

서로가 여섯 살 때, 7개월 간 방문 미술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50분 수업 이었다.
어떠한 미술적 성취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재미있게 노는 방법 중 하나로 미술을 대하면 좋겟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선생님께 몇 가지를 요청했다.
첫째, 맞다 틀리다, 잘했다 못했다 등 가치판단은 하지 말아 주세요.
둘째, 시작과 과정은 자유로와도 완성도에 대해 꼭 알려주세요.
셋째, 뒷 마무리와 정리는 스스로 하도록 해 주세요.

수업이 시작되면 나는 방으로 들어가 나의 할 일을 했다.
거실에서 이루어지는 미술 시간은 온전히 서로에게 맡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이어폰 안으로 끼어드는 소리로 방 문 밖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거나, 웃음 소리 정도만 조금씩 들렸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서로는 바로 나에게 달려와 말했다.
“다음 미술 시간은 언제야?”
서로는 선생님이 가는 게 너무 아쉬운 나머지 인사도 하지 못했다.
어떤 시간에 대한 신뢰. 그건 사람의 마음을 정말 편안하게 했다.
긴 여행으로 인해 미술 수업은 이어갈 수 없었지만,
서로가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에 주저함이 없는 걸 보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 하다.

새벽같이 일어나는 우리 서로.
오늘도 아침을 먹자마자 그림 일기에 흠뻑 빠졌다.
잘하고, 못하고의 경계를 넘어 선,
자유롭고, 거침 없는 손놀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나간다.
자음, 모음, 받침을 찾아가며 글씨도 함께 채워간다.
서로는 뿔이 머리 위로 뾰족하게 솟은 도깨비나, 아래로 뻗은 뾰족한 이가 드러난 흡혈귀처럼 나를 그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눈은 대부분 위로 쫙 찢어진 채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반면에, 교는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 상의를 입은 뽀글이 머리로 묘사되곤 한다.
혹은,엄마, 아빠가 둘 다 춤을 추고 있는 그림도 종종 볼 수 있다.
서로가 어떤 부분에서 우리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그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정말 흥미롭다.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는 서로의 그림 일기가 너무 좋다.
그 시간을 즐기는 서로가 예뻐서 침 냄새가 밸때까지 뽀뽀를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