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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ysium

2024,0910 예술과 연약함




예술과 연약함(Arts and Vulnerability) 워크숍에 참여했다.

2022년부터 한국-프랑스 국제협력리서치 프로젝트로 시작되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개인이 가진 연약함을 인식하고,
서로를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의 실천과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자리였다.

모두예술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9월10일, 11일 양일간 열렸다.
나는 첫째 날 워크숍에 참여했다. 이전 모두예술주간에 열린 ‘이토 아사’의 강연과 동네 친구 엠마가 디자인 한 춤 공연 관람으로 모두예술극장엔 세 번째 방문이었다.

예술과 연약함 프로젝트는 '커머님 워크숍(Commoning Workshop)'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개인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창작의 과정에 함께 하는 것이었다.

*물방울이 되어 보세요.
공동을 실험하기 위해 소매틱
방법론(Somatics)을 도구로 삼아,
신체를 감각하고 인식해 보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은 사회자의 음성에 따라 각자 고유한 물방울이 되었다.
형태와 위치, 속도를 자유롭게 바꾸어가며, 물방울이 된 타자와 움직임을 함께 하거나 떨어져 따로 존재하고,
다시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나도 참여 연구자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걷거나 뛰어보고, 내 물방울의 형태를 바꾸어 보며, 다른 물방울들과 함께 되거나 따로 하기 속에서 일어나는 에너지를 인식해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내밀한 신체적 경험이 촉발하는 창조적 순간을 함께 목격해 나가며 3시간의 워크숍은 진행 되었다.

물방울들이 지정된 신체 부위(손목, 팔꿈치, 무릎 등)를 만나 서로의 움직임을 따라가보는 컨텍 즉흥이 있었다.
시각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타자의 접촉이나 움직임을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아 좀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플로어 중심에서 무릅들이 만나 하나의 거대한 꽃이 되었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었다.
시각 정보를 따라 이루어지는 컨텍 즉흥에서 시각활용도가 각기 다른 시각 장애인들로 구성되거나, 참여자 절반의 비율로 시각 장애인이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컨텍의 과정에서 장애 유형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즉흥성과 무한한 창조적 순간들이 발생할 것만 같은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장애 예술의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구성과 배치, 시도와 의도가 활발히 일어나길 바래본다.

*40 bpm 걷기
큐레이터의 속도로 함께 걷기가 진행되었다.
답답하다 느꼈던 40bpm 걸음. 얼마나 지난지 모를 긴 시간속에 포기하지 않은 나의 걸음은 어느샌가 타자와 함께하고 있었다.
안내 보행인에 의한  위치와 큐레이터의 속도, 맨발로 바닥을 쓸어가며 걷는 나의 걸음은 계속되는 시도끝에 공동의 순간을 맞이하였고,
그때부터 나는 눈을 감고 끝까지 걸었다.

*워크숍을 마무리 하며,
조를 이루어 타자와 연결되는 과정에서의 '공동화(Commoning)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함께 걷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공통의 질문을 발생시킨 것으로 이번 워크숍의 의미는 충분히 있었던 것 같다.

공동-되기가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하기가 옆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시공간을 점유하며 서로 다른 속도와 위치, 형태를 가진 고유한 개인으로 존중받고, 타자를 인정하며 공동 되기를 실천 해나가는 것.
예술의 가능성이 아닐까.

그리고, 이번 워크숍에서 십 년만에 만난 은정 언니.
같은 자장 안에 지내고 있었구나 싶었다
이 만남이 가능한 것 또한 예술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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