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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33: +864 ​ 오늘 아침. 반짝하고 또 피어난 서로. “ 식탁 펴 주세요. “ “ 아빠 참외 깍고 있어요? “ “ 같이 목욕탕 가요. “ 약 한 달 전부터 하루 종일 “ 아니야. “만 했다. 자다가 께서도 “이건 아니야.” 하며 울부짖었다. 약 2주 전부터 하루 종일 울었다. 뭘 해도 다 마음에 안 드는지 그저 울기만 했다. 10일 전쯤 어린이집에서 유행하던 열감기에 걸려 왔다 아니야 + 울음 + 열감기 제대로 먹지도, 잘 놀지도, 잘 자지도 못하는 아이를 우리는 번갈아가며 안고, 달래고, 호소하고, 타이르고, 화도 내보고, 못 본 척도 해가며 이 재난 같은 상황을 버티고 있었다. 얼마만이지? 서로가 통점을 잤다. 시간은 알 수 없지만 해가든 아침. 울지 않고 “ 엄마. “ 하고 부르는 서로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 더보기
20190727:+857 ​ ​ 0727-39.2° 0726-38.8° 0725-아침, 구토 두번 0724-40.2° 며칠 내내 기운이 없다. 우리 먹보 서로는 점점 식욕도 잃어 갔다. 오늘 점심엔 그 좋아하던 바나나도 한 개밖에 먹지 않았다. 오전 내내 축 늘어져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다 겨우 먹은 것이었다. 몸이 아플 때 곡기를 끊어 버리는 것이 자연 생물의 섭리인 걸 알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무어라도 조금이라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도 같이 있다. 아이의 본능에 맡겨 본다. 열이 오른 이후로 서로는 오이, 수박, 죽염, 보리차, 비타민을 주로 섭취하고 있다. 현재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걸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충분히 앓고, 잘 이겨내자. 더 건강하고, 씩씩해질 거야, 서로야. 더보기
20190721:+851 ​ 일요일 아침. 어제보다 더 많이 안아줄께. 더보기
20190720:+850 ​ 여느때처럼 일찍 일어난 서로가 나를 깨웠다. 나른한 기분으로 함께 놀았다. 서로가 팬더인형을 가까이 데리고 왔다. 내 옷을 내려 가슴을 까더니 팬더에게 쮸쮸를 먹이는 시늉을 했다. 서로가 가끔 하는 놀이이다. (25개월 모유를 먹은 서로는 스스로 젖을 뗐다.) 젖을 다 먹인 서로는 내 옷까지 원래대로 올려주고 팬더에게 말했다. “ 상큼해? “ 아주 잘 익은 녹빛 라임이 입 안 가득 터지는 기분이었다. 짠맛, 단맛, 매운맛, 시원한 , 따뜻한, 쓴맛 정도를 구분 할 수 있는 서로 였다. 이 아이에게 모유는 상큼한 맛이나 느낌으로 남았나 보다. 놀랍고 아름다운 아침이다. 더보기
바로 지금이야. ​ “ 지금 맞지? “ “ 잠깐 열리는 그 천국 같은거 말이야. “ “ 지금 그 때 맞지? “ 서로가 나온 뒤 교는 종종 이 말을 한다. 오늘도 우리는 그런 오후를 보냈다. 바람은 더할나위 없이 시원했고, 그늘은 적당했고, 서로는 차분히 자신의 놀이를 즐겼고, 우리가 기대어 쉴 수 있는 벤치가 비어 있었다. 더보기
<두 번째 페미니스트> ​ 남편, 아이의 아버지, 동료, 친구, 시민, 시인, 작가 서한영교. 두 번째 수필집이 나왔다. “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데 이 책을 읽어도 괜찮아? “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은 같은 시대를 살아내는 한 인간의 열렬한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얼마나 다양하게 페미니즘 생활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책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열린 마음으로 한번쯤은 봤으면 하는 책이고,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가슴깊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사랑하는 친구, 가족, 진척, 지인 및 건너 건너 두루두루 아는 모든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 이 아름답고 멋진 활자를 함께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구매하기! 선물하기! 리뷰하기! 추천하기! 당장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기! 선물하기! 리뷰하기! 추천하기! 더보기
배짱이 ​​ 우리는 참 배짱도 좋다. 와 라는 이름을 걸고 삼 년째 고정수입 없이, 딱히 이렇다 할 경제적 활동 없이 육아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 사이 제주도 와 태국에 여행을 다녀왔고, 굶주리지 않았고, 불행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도록 얼마나 많은 곁들이 우리를 돕고, 지지하고, 보태고, 응원하고 있는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참 배짱도 좋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세계에서 상위권에 들 만큼 바쁘고, 비싸고, 빠른 도시 서울. 이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 있게 웃고, 산책하고, 사색하며 아이를 키워도 될까? “ 아,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 규는 미소를 잔뜩 머금고 말 했다. ++ 오늘 아침은 정말 놀라웠다. 아니, 벌써 6 월 말이라니. 달이 시작될 때만 해도.. 더보기
보육권리 선언:어린이 ​ 1.날마다 햇빛과 바람, 물, 흙 속에서 놀 수 있게 해 주세요. 2. 매일 나를 안아주고, 나와 눈 맞추며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친구(선생님)들을 충분히 주세요. 3. 따뜻한 간식과 건강한 먹을거리를 주세요. 4. 장애를 가진 친구들, 조금 다른 얼굴, 다른 말, 다른 나이의 친구들과도 함께 놀 수 있게 해 주세요. 5. 꽉 짜인 시간표로 움직일 때마다 줄 세우지 말아 주세요. 6. 여자와 남자를 옷과 놀이와 말로 구별하지 말아 주세요. 7. 모두가 똑같은 옷과 가방과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게 해 주세요. 8. 글자와 숫자와 외국말을 너무 일찍 익히게 하지 말아 주세요. 9. 화난 얼굴, 노여운 목소리, 무서운 매로 우리를 슬프게 하지 말아 주세요. 10. 학교가 끝난 후에도 우리가 함께 놀 수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