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배짱도 좋다.
<잔액부족 하우스>와 <자본주의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을 걸고 삼 년째 고정수입 없이, 딱히 이렇다 할 경제적 활동 없이 육아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 사이 제주도 와 태국에 여행을 다녀왔고, 굶주리지 않았고, 불행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도록 얼마나 많은 곁들이 우리를 돕고, 지지하고, 보태고, 응원하고 있는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참 배짱도 좋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세계에서 상위권에 들 만큼 바쁘고, 비싸고, 빠른 도시 서울.
이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 있게 웃고, 산책하고, 사색하며 아이를 키워도 될까?
“ 아,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
규는 미소를 잔뜩 머금고 말 했다.
++ 오늘 아침은 정말 놀라웠다.
아니, 벌써 6 월 말이라니.
달이 시작될 때만 해도 막막하고 캄캄했는데. 이렇게 또 한 달이 지나가는구나.
6 월은 단 10원의 자금도 나올 구멍이 없는 달이었다.
부모님들이 보내 주시는 제철 농산물을 먹으며, 친구들이 사주는 별미로 외식을 하며, 일 년이 넘게 무료로 받고 있는 양질의 커피로 카페인을 채우며 부족함 없이 지냈다. 지방에 있어 1년에 한 번 보는 친구는 서로가 쓸 기저귀와 물티슈를 잔뜩 사주고 갔다. 동네 친구들은 우리를 식사에 초대했고, 일주일 사이에 크로와상과 갖가지 반찬, 수박 한 통을 가져다주었다. 조조할인으로 영화도 보고, 매일 산에 가고, 마음껏 산책하고, 치료하고, 공부하고, 작업하고, 놀고, 쉬고.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는 한 달을 또 보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리를 사랑하고 있는가.
해뽀빠, 감사합니다!
+++ 불안하지 않아?
- 불안하지. 왜 아니겠어...
나의 개인적인 타고난 성향은 중 하나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인생에 집중하느라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 않다. 나는 누구보다 큰집, 누구보다 좋은 차, 누구보다 비싼 가방, 누구보다 예쁜 옷을 소유하는데 관심이나 흥미가 없다. 그런것은 대부분 불특정 다수와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결핍이 주는 욕망에 의해 작동되는 걸 알고 있다.
나와 우리 집사람들은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아니기에 출처도 알 수 없는 기대나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
나의 불안은 작고 구체적이어서 조금만 힘을 쓰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해결이 된다.
월 말이 다가오면 불쑥 찾아 드는 불안 하나가 있다.
‘ 아, 다음 달에는 뭐 먹고살지? ‘
뭐, 다행히 오래가는 생각은 아니다. 우리의 불안은 달라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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