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물을 붓다 손에 화상을 입었다.
“ 서로 야 엄마는 이럴 때마다 조금씩 슬퍼져.”
-엄마 물을 끓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어. 나도 뛰다가 잘 넘어지잖아..
장애라는 이름 앞에서 단순한 실수조차도 모자라고 부족함이 되어 버린 것. 어느샌가 나도 세상의 오해와 편견에 절어 있었다.
누군가 결혼을 하고 전업주부가 된다면,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전업 주부가 된다면,
장애가 있기에 집에 있는 거라 생각한다.
어떤 여성이 결혼을 한 후 남편이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고 하여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여성의 살림과 육아의 들이는 가사 노동의 강도와 가치를 존중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내가 집에 있다면?
자본주의적 노동 시장에서 밀려난 불쌍한 사람,
남편이 혼자 애쓰며 먹여 살려야 하는 애처로운 여자가 되어 버린다.
세상은 장애인이나 소수자들에게 너그럽고 배려한다고 하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본인이 비장애인이라 착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매우 까다롭게 해석하고, 멋대로 규정지어 부족하고 불편하고 불쌍한 존재로 만들었다.
나도 별 수 없었나 보다.
나의 고유성과 다채로움을 뒤로 한 채 ‘ 장애’ 는 시시때때로 소환되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걸 그렇게 잘해요?
-장애가 있어도 참 밝게 생활하네요?
-장애가 있어서 그건 어려우시죠?
-어머 장애인 같지 않아요.누가 장애인으로 보겠어요? 전혀 티가 안나네.
호의로 포장된 무례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양성’은 모호하고 불편한 것 같다.
나는 박마데, 한국 사람, 중년, 여성, 까맣고 긴 생머리, 문신이 있고, 음악을 좋아하고, 글도 곧잘 쓰고, 재미있고, 말도 좀 잘 하고, 긍정적이진 않지만 밝고, 깔끔하고, 요리에 흥미 없고, 뜨거운 사람, 바다에 살고 싶고, 여행을 좋아하고, 여름을 기다리고, 옷감이 덜 들어간 옷을 즐겨입고, 드레드락이 잘 어울리고, 충혈 된 두 눈, 유부녀, 엄마, 게으름 대장, 떡볶이 매니아, 직설화법 구사, 친구들과 가족을 사랑하고,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지독한 예민함, 몇가지 강박증, 크게 웃고, 지적 호기심, 산책 주의자, 제법 똑똑하고, 육아에 소질 있음. 그리고, 시각 장애인.
무식하고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이 나의 인생과 가치를 함부로 평가 할 수 없도록,
나를 오롯이 자연인 마데로 보아 주는 서로가 상처 받지 않도록.장애인 권리를 위해 밤낮으로 뛰는 교의 투쟁이 빛나도록.
love, peace & joy
'FACTORY GIR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불 빌려 드립니다-단기 렌트 (마포구 서교동) (0) | 2023.01.20 |
---|---|
2022, 0930 가을 산호 (0) | 2022.09.30 |
2022, 0627 (0) | 2022.06.27 |
2022, 0622 (0) | 2022.06.23 |
2022, 0531 심경 (0) | 2022.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