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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8 인도 고아 9년만에 인도 고아에 왔다.오랜만에 제법 긴 여행을 계획 했지만,일상은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갑작스레 결정된 이사와 백번도 넘게 징징거리고 싶었던 세 집 정착과 그 사이 아빠의 병원 전원.나라는 뒤숭숭 하고, 추위에 약한 몸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 부터 나에게 주어진 여유의 시간과 공간이 삭제 된 채 세 달을 보냈다.비행기표만 몇 구간 끊어 놓고 일단 출발 하는 것으로. 여행의 시작과 준비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태국 방콕이었다.태국이야 배낭메고 여행 좀 해 봤다는 이들에겐 꽤나 쉽고 즐거운 일이다.우리도 그러했기에별 생각 없이, 짐도 없이 그냥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는 조금 달랐다. 9년 만에 가 보는 것도 그렇고, 8살 아이와, 동행하는 .. 더보기
2024,1124 삶의 형태들 모두 예술 극장에서 상연된해외팀 초청 기획 공연 (삶의 형태들)을 보고왔다.프랑스 팀의 무용 공연으로,신체의 운동성이 손상된 전직 복서와 댄서, 세 명의 비장애인 무용수가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시각 손상이 있는 내가 무용이나 움직임이 가미된 퍼포먼스를 관람하기 위해서는음성 해설이 매우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하게 되는데,이번 (삶의 형태들) 공연은 실시간 음성 해설이 지원되는 접근성 공연이었다.스크린을 중심으로 나머지 삼 면이 관객석으로 배치되어 있었다.무용수들은 둘러싸인 관객석 가운데서 퍼포먼스를 펼쳤다.관객석과 공연자의 거리가 무척 가까웠는데,공연의 일환으로 무용수 두 명이 운동성 손상을 지닌 전직 복서의 양쪽에서 그의 다리를 움직여 가며 관객석을 비집고 돌아다니는 부분이 있었다.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 더보기
2024,1121 LP 아빠의 물건을 정리하다 오래 간직된 LP 몇 장을 발견했다.나는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참 기가막힐 똑같은 음악 취향에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그리고 1년 전 끄적였던 메모가 생각났다.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 보다는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 받기를- 목포항 중 +나는 그것에 잠식되어 재가 되도록 타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되도록 나를 내버려 두고 싶었다.그것은 나를 다르게도, 새롭게도 만들었다. 때론 그런 것들이 나를 특별해 보이게 했다. 깊은 밤 어둠 속 그것은 나와 함께 걸었다. 캄캄한 동굴속에 웅크린 채 누운 내 옆을 지켰다. 그러는 동안 내 앞에 눕기도 하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겨 주기도 하고, 싸늘히 식어가는 등짝을 덮어주기도 했다.그것은 세계와 단절을 .. 더보기
2024.1111 + 서로에게 천원짜리 지폐는 무척 소중하다. 홍대에 나갈 때에만 들릴 수 있는 오락실에서., 마리오 카트 게임을 한 판 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금통에 있는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확인한 후, 한 장은 다음 오락실 나들이를 위해 넣어두고, 한 장은 색종이에 연필로 눌러 쓴 생일 축하 편지 사이에 끼워 나에게 건넨 서로. 내 침 냄새 다 밸때까지 너한테 뽀뽀할래. + 평소에도 별 일 없이 잘 보는 민욱이가 갑자기 향수를 사들고 왔다.. 무려 백화점에서 말이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마데한테 생일 선물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뜬금없는 자식. 오늘 피아노 레슨에 민욱이가 준 향수를 바르고 갔다. 생일이니 떡볶이를 먹자는 수수. 떡볶이라는 단어에 눈이 뒤집혀 바로 다음날로 약속을 잡.. 더보기
2024,1102 8살에서 58세까지. 그야말로 내일 모레면 나이가 60 인, 나의 작은 고모가 한국에 왔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간 고모와 나이가 다 들어 다시 만났는데, 고모는 어릴적 내가 기억 하던 모습 대로 여전히 예뻤다. 33 년을 떨어져 지내며 한국 말 보다 영어가 편해진 고모가 신기 했지만, 우리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더 신기했다. 더보기
2024,1018 개근 금요일 학교를 빼고 서로와 음악 만들기 워크샵에 다녀왔다. 스코틀랜드 에서 온 워크샵 진행 작가는 아이패드부터 게임기처럼 생긴 별 희한한 악기를 다 들고 왔다. 누르고, 문지르고, 흔들고, 치고, 두드리는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되어 스피커를 통해 송출 되는걸 들으며 너무 신기해 놀란 서로. 최연소 참가자였지만, 습득력은 최고. 개근해서 뭐하니. 엄마랑 놀러나 다니자. 더보기
2024,1012 THE AIR HOUSE 아이들과 놀기에 음악 축제 만한 게 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자연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축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각양각색의 퍼포먼스 와 예술이 함께 한다. 그 와중에 공통의 관심 음악으로 열리고, 웃음기 만연한 표정과 설렘 + 흥분의 몸짓들 사이에서 단 하나의 편견 없이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자연스레 편안함을 찾는다.. 나는 18살이 되어 처음 음악축제에 갔었다. 부산에서 열린 락 페스티벌이었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던 그 해방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고, 그때의 감동은 내가 서로와 함께 음악을 들으러 다니는 동력으로 남았다. 더보기
2024,0821 2010년 8월 21일부터 같이 산지 14년 나쁜 여자, 부도덕한 여자로 보여도 상관없어. 거친 사람, 쎈 사람으로 보여도 상관없어. 세상 편견에 중독된 자들이 낙인찍고, 손가락질하고, 차별해도, 내 옆에 있어 줄 한 사람이 너라는 걸 알아. 무서우면 내 뒤에 숨어. 겁나면 도망가. 나는 순수하게 굴지 않아 괴팍해 보이고, 순숨히 따르지 않아 문제가 될 거야. 같이 담배피자고 말해줘서 고마워 허벅지에 뱀 문신 하라고 해서 고마워. 다들 말리지만, 내가 좋아하는 거. 다 하라고 해줘서 고마워. 언제나 ‘예쁜 우리 마데’라고 불러주던 너를 잊지 않을게. #만난지24년 #산지14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