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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GIRL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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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천원짜리 지폐는 무척 소중하다.
홍대에 나갈 때에만 들릴 수 있는 오락실에서.,
마리오 카트 게임을 한 판 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금통에 있는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확인한 후,
한 장은 다음 오락실 나들이를 위해 넣어두고,
한 장은 색종이에 연필로 눌러 쓴 생일 축하 편지 사이에 끼워
나에게 건넨 서로.
내 침 냄새 다 밸때까지 너한테 뽀뽀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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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별 일 없이 잘 보는 민욱이가 갑자기 향수를 사들고 왔다..
무려 백화점에서 말이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마데한테 생일 선물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뜬금없는 자식.
오늘 피아노 레슨에 민욱이가 준 향수를 바르고 갔다.

생일이니 떡볶이를 먹자는 수수.
떡볶이라는 단어에 눈이 뒤집혀 바로 다음날로 약속을 잡았다.
나와 식사 시간이 무척 다르지만,
함께 떡볶이를 먹기위해 잠을 떨치고 나온 여인.

전혀 예상치 못했던 편지와 선물이 도착했다.
박성용이,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페레로 로쉐를.
약 먹었냐? 하고 물어볼 뻔 했다.
주방 상부장에 넣어 놓고 오며가며 하나씩 빼먹는 재미.
달달하고 고소한 시간이다.

교와 나의 생일을 한꺼번에 축하 한다며
피자 쏘는 겅.
세 판 해치운거 현실이냐.

“뭐 필요한거 없어?”
매 년 생일이면 잊지 않고 물어봐 주는
담희와 유리. 올 해도 역시다.
언제적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담희에게 받은 장바구니를 아직도 쓰고,
유리가 선물해 준 파우치에 내 노트북이 담겨있다.

20년 째 내 생일밥을 꼭 사는 전요한.
찬 바람이 넘어오는 생일에 딱 먹고싶은 훠궈를
가격 신경 안쓰고 마음껏 먹었다.
돈 많이 벌어서 내년에 또 사줘.

멀리 유질랜드에서 축하해 준 윤선이,
심난한 상황에도 연락 준 보파,
곧 태국 가느라 들뜬 목가의 축하와
오랫동안 못봤는데 메시지 보내 준 시내.

무감각해지는 일상에 다정함 한 스푼씩 뿌려,
무심해 지려는 나를 촉촉하게 만드는 친구들.
고마워.
한 주 동안 실컷 먹고 축하 받았다.
생일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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