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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GIRL

2024,1124 삶의 형태들

모두 예술 극장에서 상연된
해외팀 초청 기획 공연 (삶의 형태들)을 보고왔다.
프랑스 팀의 무용 공연으로,
신체의 운동성이 손상된 전직 복서와 댄서, 세 명의 비장애인 무용수가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


시각 손상이 있는 내가 무용이나 움직임이 가미된 퍼포먼스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음성 해설이 매우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번 (삶의 형태들) 공연은 실시간 음성 해설이 지원되는 접근성 공연이었다.

스크린을 중심으로 나머지 삼 면이 관객석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무용수들은 둘러싸인 관객석 가운데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관객석과 공연자의 거리가 무척 가까웠는데,
공연의 일환으로 무용수 두 명이 운동성 손상을 지닌 전직 복서의 양쪽에서 그의 다리를 움직여 가며 관객석을 비집고 돌아다니는 부분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관객들이 짐을 치우고 자리를 비키고, 옮겼다.
인상적이고재미있는 장면이었는데,
운동성이 손상된 자들의 미세하지만 고유한 움직임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른 운동성 손상이 된 전직 무용수와 비장애인 무용수가 신체를 접촉하여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나는 그 순간에도 같은 생각을 했다.

사실 내가 이 공연을 관람한 건 11월 중순이었지만,
이제야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그만큼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모두 예술 극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곳이 ‘장애 예술’을 지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장애를 위한 예술’이나, ‘장애에 의한 예술’이 아닌,
‘장애’,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삶의 형태들) 공연에 출연한 두 명의 운동성 손상자들은,
분명히 각기 다른 신체적 운동성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미약한 떨림일지라도 말이다.
비장애인 무용수들이 그들의 신체를 들고 움직여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시도가 크게 드러났던 것 같다..
그들의 고유한 움직임에 집중된 퍼포먼스가 부족한 느낌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스크린에 영상이 나올때 빼고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어떠한 음악이나 사운드도 없었는데,
무용수들과 관객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그런지,
공연을 보다 나오는 기침 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공연에 개입되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무용에 음악이 없는건 너무 낯설었다.

이번 공연의 기획은 좋았으나,
여러모로 생각할 것과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제목을 다르게 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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