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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GIRL

2025.01.08 인도 고아



9년만에 인도 고아에 왔다.

오랜만에 제법 긴 여행을 계획 했지만,
일상은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갑작스레 결정된 이사와
백번도 넘게 징징거리고 싶었던
세 집 정착과
그 사이 아빠의 병원 전원.
나라는 뒤숭숭 하고, 추위에 약한 몸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 부터 나에게 주어진 여유의 시간과 공간이 삭제 된 채 세 달을 보냈다.

비행기표만 몇 구간 끊어 놓고 일단 출발 하는 것으로.
여행의 시작과 준비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태국 방콕이었다.
태국이야 배낭메고 여행 좀 해 봤다는 이들에겐 꽤나 쉽고 즐거운 일이다.
우리도 그러했기에
별 생각 없이, 짐도 없이 그냥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는 조금 달랐다.
9년 만에 가 보는 것도 그렇고, 8살 아이와, 동행하는 것도 그렇고, 직항 비행 편이 아닌 경유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인도에서 다시 넘어 오는 비행편이 아직 없다는 것도, 많은 게 우리를 걱정과 망설임 속에 머물게 했지만, 한국에서 태국으로 넘어 올 때처럼 그냥 출발했다.

방콕 숙소에서 아침 7시에 눈을 떠,
9시 반에 공항으로 출발,
오후 1시 5분 인도 뱅갈로르 행 출발,
몇 시간 대기 후 고아 국제공항 도착.
밤 11시 30분이 넘었다.

새벽 한 시가 다 되어 숙소에 들어갔는데, 서로는 한국과의 3시간 30분 시차로 자신은 더 어려졌다며 신나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배낭 하나에 버스 타고, 기차 타고, 걸어 다니며 여행하던 시절은 엄두도 못내고,
비행기에 택시 타고, 하루쯤은 호텔, 숙박도 과감하게 하지만,
그래도 서로와 함께 인도의 고아까지 오는 건 나름 큰 모험이었다.

나는 구 년전 이곳 해변에서 혼인을 결심 했고,
당시 4개월 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21일 만에 혼인을 했다.
그때 이곳을 떠나며, 미래의 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꼭 함께 와야지 ’ 하고 생각 했었다.

사실 여행을 하자면 불편한 것도 많고, 어려운 일도 생기고, 소통부재, 문화, 입맛, 물가 등의 차이로 많은 변수를 맞닿드리며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낯선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
그 보석 같은 순간의 기억을 잊지못해 우리는 또 여행을 떠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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