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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다행과 불행 사이 다행과 불행 사이 “웃을 상황도 아닌데 잘 웃는 걸 보니 좋네.” ‘뭐가 웃을 상황이 아니라는 거지? 뭐가 좋다는 거야? 기분 정말 더럽네.‘ 내 앞에 앉아 ‘장애 비하’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저 사람은 바로 나의 ‘고모부’다. 나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고모부가 입을 열면, 내 입을 닫는 식으로, 고모부가 말을 시작 하면 유독 반응하지 않았다.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 간주되었으므로, 눈치라도 있다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길 바랐다. 농담이었다면, 농담일 수 없는 말을 농담으로 한 것이 문제였고, 진담이었다면, 진짜이거나 진실일 수 없는 말을 진담으로 한 것이 문제였다. 뭐가 웃을 상황이 아닌지 설명해 보라며 한 마디 쏘아 부치고 싶었지만, 혹시 그렇게 오고 가는 말들이 친근함이라.. 더보기
여름 휴가, 서울 어떠세요? 여름 휴가 어디로 가시나요 서로의 첫 여름 방학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학교 사정으로 짧은 여름 방학이지만, 저희는 여행을 갑니다. ‘서울’에서 보내는 휴가 계획중인 분 있나요? 저희가 떠나있는 동안 잠시 집을 빌려 드립니다. 성수기 숙박비에 화들짝 놀라 서울행을 포기했다면, 문의 주세요. 위치는 6호선 망원역 입니다. 역에서 집까지 도보로 3-4분 걸리네요. 같은 6호선 라인에는 이태원과 상수가 가까이 있어요. 집 주변엔 망원 시장, 두레 생협, 카페, 베이커리, 편의점, 식당, 서로가 학교가는 길에 매일 들리는 마더스 가든 식물가게가 있어요. 걸어서 진입이 가능한 거리에 성미산, 합정과 홍대, 상암 월드컵 공원, 한강 망원 유수지, 홍제천이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부족하지 않게 지내 온 살림살.. 더보기
2024,0615 일주일 전부터 일기예보는 100% 의 비를 예보하고 있었다. 교는 얼마 전, 밀양에서 하루 종일 맞은 비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한 터라, 출발 하루 전날까지 갈팡질팡 하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대살림 가게에 들러 서로에게 맞는 우비와 자신이 신을 아쿠아 슈즈를 사왔다. 본인의 우비와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나는 서로의 여분 옷까지만 챙겼다. ‘그냥 편하게 가자. 정 안되면 택시 타고 서울로 돌아 오지 뭐.’ 나는 가끔 아주 단순하고, 뜬금없이 침착하며, 알 수 없게 대범하다. 그렇게 우리는 강원도 철원으로 갔다.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서로를 낳고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에 갔다. 20 대는 여간 많이도 다녔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의 라인업이 성에 차지 .. 더보기
2024,0608 택배가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였다. 농번기에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부모님들께 차마 반찬 부탁을 할 수가 없어 일주일 째 김치 없는 식탁을 차렸다. 택배가 이렇게 반가운 것도 오랜만이었다. 바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대충대충 썰어 넣은 김치에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넣고, 후추와 다진 마늘, 고추장 한 스푼에 물 조금 넣고 끌이면 끝. 나는 요리에 지나칠 만큼 흥미가 없는데, 그런면에서 김치찌개는 맛있는 김치 외에 별다른 재료를 요구하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오늘 받은 시어머니의 김치를 보니 찌개맛 보장은 확실했다. 택배에 같이 들어 있던 인절미를 질겅질겅 씹어 먹으며 점심밥을 차렸다. 내가 먹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서로가 아니다. 인절미 한덩이를 입에 밀어.. 더보기
2024,0606 스스로. 만드는 그림 일기 서로가 여섯 살 때, 7개월 간 방문 미술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50분 수업 이었다. 어떠한 미술적 성취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재미있게 노는 방법 중 하나로 미술을 대하면 좋겟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선생님께 몇 가지를 요청했다. 첫째, 맞다 틀리다, 잘했다 못했다 등 가치판단은 하지 말아 주세요. 둘째, 시작과 과정은 자유로와도 완성도에 대해 꼭 알려주세요. 셋째, 뒷 마무리와 정리는 스스로 하도록 해 주세요. 수업이 시작되면 나는 방으로 들어가 나의 할 일을 했다. 거실에서 이루어지는 미술 시간은 온전히 서로에게 맡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이어폰 안으로 끼어드는 소리로 방 문 밖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한 톤 높.. 더보기
2024,0531 유럽 여성들은 해변에 놀러 가면 10대부터 70대까지 비키니를 입는다. 그렇다고 80대나 90대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는다는 말이다.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있다. “유럽 여자들은 다 몸매가 좋은가 보지?” 그럴 리 만무하지 않은가. 태양의 뜨거움과 바다의 차가움, 바람의 질감까지 온몸으로 느끼기에 비키니만큼 제격인 의상이 또 있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토플리스(상의 탈의)를 더 선호하고, 추천하지만 한국에서는 어쩐지 꺼려지기는 한다. 아무튼, 비키니를 입고 말고는 체형과 나이는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베이비 핑크 태국 남부 섬 코팡안에 체류하던 중, 서로의 6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따오 섬으로 일주일간 놀러 갔다. 우리는 운 좋게 해변 바.. 더보기
2024,0530 + [금일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이 문자를 받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상 이데올로기’, 그 허상에 갇혀있는 사회에서, 신체적, 정신적 손상자들은 극복과 재활을 요구받고 있다. 장애를 개인의 불행 서사로 만들어, 그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열심히 노력해서 정상인처럼 되어야 한다고 한다. 보편적 접근성이나 소수의 권리, 포용적 설계 같은 건 나중에, 나중에, 지금 말고 나중에. 그러니 너희들이 일단 우리한테 맞춰, 안되면 시설에 처박히던가, 집 밖으로 나오지 마. 이게 바로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이다. 점자 도서실에서 보내오는 이 문자 때문에 고대하던 글쓰기 수업에 나가는 당일이 자꾸 망설여진다. ‘그냥 예정대로 진행 한다고 하면 안 되나? 수업에 변동이라도 생기면 비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고 .. 더보기
2024,0323 오늘은 네가 태어난 날이야. 오늘 하루 너는 축하속에 둥실 떠다니겠지. 오늘은 너만큼 나에게도 중요한 날이야.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또 다른 인간을 낳은 날이거든. 그것은 뭐랄까… 경이롭다고 헤야할까, 신비롭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특별하다고 해야할까. 뭐 그런 기분들에 휩싸이곤 하는 날이야. 내가 너를 가졌을 때, 염려와 슬픔을 먼저 비츼는 사람들이 있었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가 어떻게, 어쩌자고 아이를 낳으려 한다는 건지, 원망이 섞인 걱정이었지. 하지만, 나는 그 슬픔에 가담하지 않았어. 그것은 오로지 그들의 몫이라고 셍각했거든. 너의 아빠는 네가 벳속에 있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엄마의 다리를 주물러 주었단다. 그리고, 매일 동글동글 베를 쓰다듬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어. 정말 평..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