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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GIRL

2024,0608

택배가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였다.
농번기에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부모님들께
차마 반찬 부탁을 할 수가 없어
일주일 째 김치 없는 식탁을 차렸다.
택배가 이렇게 반가운 것도 오랜만이었다.

바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대충대충 썰어 넣은 김치에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넣고,
후추와 다진 마늘, 고추장 한 스푼에 물 조금 넣고 끌이면 끝.
나는 요리에 지나칠 만큼 흥미가 없는데,
그런면에서 김치찌개는 맛있는 김치 외에 별다른 재료를 요구하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오늘 받은 시어머니의 김치를 보니 찌개맛 보장은 확실했다.

택배에 같이 들어 있던 인절미를 질겅질겅 씹어 먹으며 점심밥을 차렸다.
내가 먹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서로가 아니다.
인절미 한덩이를 입에 밀어넣곤 또 달라고 조른다.
쫀득하고 고소한 게 두 개 먹고 싶은 맛이었다.

교는 없고, 비는 내리고,
서로랑 둘이 먹을 식탁을 차렸다.
생선까스 한 덩이에 치즈 현미떡 굽고,
고기가 더 많은 김치찌개에 오늘 받은 오이 무침까지 내어 함께 먹었다.
참 별게 없는 밥상인데,
이리도 맛있고, 먹는 내내 편안하고, 먹고 나서 속도 편안하고,
집밥이라는 건 정말 다정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귀찮고, 버겁지만,
우린 결국 그 조촐하고 다정한 집밥이 먹고 싶어진다.

오늘 엄마에게 용돈을 받았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김치를 받았다.

남루한 형편에 쉽게
불행해지지 않도록,
불행에 지지 않도록,
멀리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두 엄마.
사랑한다는 말은 오글거려서 하기 싫고,
무지막지 고마워요.

비가 그쳤다.
얼른 밥 먹고 돈 쓰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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