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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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4년 만에 피아노를 배웠다.
일주일에 한번씩, 50분, 15 회차 수업이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나에게 배정 되어진 피아노 선생은 배우고 싶은 곡을 골라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고르면 되는 줄 알았다.
첫 번째 수업 때,
선생은 나에게 ’도레미파솔라시도‘ 를 쳐 보라고 했다.그래서, 나는 그냥 쳤다. 선생은 결심한 듯 말했다. ”
“좋아요. 한 곡 완성을 목표로 해보죠. ”
선생은 나에게 꾸준한 연습을 요구했다.그래서, 나는 계속 연습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가 깨기 전에 연습을 하고, 오후에 시간이 남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연습을 했다. 가족들의 저녁 밥을 차려 놓고 연습을 하고, 서로를 재워놓고 연습을 했다.
그냥 계속 했다.
+ +
악보를 볼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의 곡을 숙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
점자를 모르는 나는 점자 악보도 볼 수 없었다. 선생은 난감해 했다.
”계이름을 문자로 써주세요. 왼손, 1번 손가락 부터 차례대로요.
왼손과 오른손이 함께 들어가는 부분은 하이픈으로? 마디가 바뀔 때는 슬래쉬, 코드도 한글로 적어 주세요. ”
이렇게 모든 걸 한글 문자로 변환하여 확대를 해서 보거나, 음성으로 들었다. 어느 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교오가 육성으로 읽어주며 악보의 한마디 한마디를 머릿속에 채워갔다.
내가 직관적으로 인지하던 악보 한장을 그리기 위해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해서 계이름을 읽고, 들었다.
얼마나 비효율적인 신체를 살고 있는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다른 사람들의 현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확인했다.
+ + + 비합리적, 비효율적
합리성과 효율성의 극치를 매순간 갱신하는 자본주의에 손상을 가진 신체는 얼마나 쓸모 없어 보이는가,
“ 시각장애인이라서 그런지 청각이 엄청 예민한가 봐요. Stevie Wonder랑 레이찰스도 시각 장애인이었잖아. ” “ ” “
밑바닥이 드러난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한마디씩 보태고 싶어 입술이 움찔 거린다.
일반화: 명사 개별적인 것이나 특수한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됨. 또는 그렇게 만드는 것.
에 통달 한 사람들. 이해는 한다.
교양을 가출 기회를 얻지 못한 사회에서 자란 구조적 탓도 있으니까.
얼마나 많은 오류: 명사 그릇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일.
2. 명사 사유의 혼란, 감정적인 동기 때문에 논리적 규칙을 소홀히 함으로써 저지르게 되는 바르지 못한 추리. -를 더 거쳐야 끝나는 것일까.
나는 30년이 넘도록 오랜만에 피아노를 다시 쳐도 선생이 단번에 알아 본 타고난 음감의 소유자였고,
Stevie Wonder 와 레이찰스는 눈이 안 보여서 음악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천재들의 결과물이다.
재활과 극복의 서사를 투사하여 나와 손상 입은 우리를 합리적이고 효율적 인 세계로 우뚝 서게할 ‘장애극복 이데올로기’. 그런것에 휩쓸려 인생을 낭비할 생각은 없다.
+ + + +저는 자본주의 비무장지대 집 사람입니다.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열 다섯번의 피아노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한 곡이라도 완성 하자, 했던 선생은 마지막 수업 때 나에게 편지를 적어왔다. “당신은 프리미엄 학생이었어요 .”
(ㅋㅋ)
예중 진학을 포기하며 느꼈던 어린시절 피아노에 대한 절망이, 중년이 된 나에게 해방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지만,
탄탄하게 잡아 놓은 기본기가 한 몫을 한 것은 확실 했다.
피아노 수업을 하기 전 골랐던 세 곡을 모두 배웠다 . 그리고,
완성도를 높이려 여전히 연습 중이다.
즐거움에 합리성은 필요하지 않고
행복에 효율은 낄 자리가 없다.
나는 자본주의 비무장지대 집 사람
어깨를 흔들거리며,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속 이렇게 살 것이다.
+ + + + +
피아노선생님을 구합니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학습자도 상관 없고, 피아노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좋아요.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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