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팔년 십이월.
녹내장 말기판정이 떨어졌다.
"각막이식 수술이 있잖아요?"
"신경이 많이 죽어버려서 각막이식이 불가능해요."
여전히...
음악이 없으면 심심하고
높은 하이힐을 좋아하고
혼자서 미술관에도 잘가고
몇몇 종류의 약들 덕분에 몇일에 하루씩은 잠을 잘 수 있다.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연애가 하고싶고
파티에서 고고보이즈와 트랙퀸쇼는 빠지면 안되고
길을 걷다 한바퀴 돌기도 하고
고대하던 클림트전을 보러갔다 어린이 십장생들 때문에 쌍욕을 하면서 나오기도 했다.
여전히...
순대국을 즐겨먹고
하겐다즈 초코를 좋아하고
눈의 언더라인 그리기에만 집중하고
아메리카노로 해장을 한다.
"전 어떻하죠?"
실명이 안되게 최선을 다해야죠."
'씨발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냐'
가끔 컨셉디자이너로 프로젝트를 도와주며 병원비를 벌고
어마어마한 환율로 여행은 꿈만꾸고
기획전시의 누드촬영 제의를 받았고
타투시술 스케쥴을 잡아놨다.
계단 공포증이 생겼고
밤엔 혼자 외출하기가 힘들고
넘어지는 횟수가 늘어가 상처가 가실날이 없고
내 자전거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친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날 찾아와선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내 집은 홍대리안들의 안식처 '마데원'이 되었고
결막염 처방으로 먹는 스테로이드제 덕분에 온몸이 퉁퉁 부어버리고
눈이 어두운 날 위해 손을 내밀어 주는 많은이들이 생겼다.
"마데 어떻해?"
"뭘 어떻해 열심히 즐겁게 같이 놀면 되지"
이래서 친구들을 사랑하고
기억한다.
"단 한가지 슬프고 아까운건 나는 아직 너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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