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 20일 정도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5월 말 월내 회의에 다녀오신 헬퍼 님은 회의에서 얼굴도 본적 없는 타인의 입을 통해 나왔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우리(통칭:서로네)는 내가 시각장애 1급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육아 도움 정책 중 하나인 홈 헬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홈 헬퍼 란?
홈헬퍼(home welfare)란 가정 봉사원 파견 사업이다.
가정봉사원은 장애인이나 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취사 청소 심부름 산모 육아 등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회의에서 나온 우리에 관한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 서로네는 여행도 자주 가는 것 같은데 이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것 맞나요?
- 서로네는 그렇게 여행을 갈 정도면 어려운 것 같지 않은데 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죠?
- 서로네 보다 이 서비스를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이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는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인가.
복지는 단지 누가 보아도 어려운 사람들만 취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애인에 관한 보편적 인식에 대해서 알고 있다.
장애인은 가난하고, 우중충 하고, 의기소침 하고, 불쌍하고, 스스로 인생을 설계 할 수 없다.
간혹 매체에서 장애를 딛고 일어난 사람들에 대해 대단하게 떠들어 댄다.
제각각 성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지향이 다르듯 그져 조금 다른 사람들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더 거리감을 조성하고 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자리를 축소시키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누구도 비장애인이 북한산을 등반했다고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장애인들은 많은 자연스러운으로부터 꾸준히 밀려나고 있다.
헬퍼 님이 우리 집으로 출근하신지 10개월이 넘었다. 그 사이 우리에게 늘어난 건 아기 서로의 키와 몸무게뿐. 양말 한 켤레도 늘어난 게 없다. 남들이 일상적으로 때마다 소비하는 시점에 우리는 그 돈을 모으고 여행을 했을 뿐이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고, 삶의 모습이 다른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에 와 가난을 가진 우리가 인생을 즐기는 게 그들에게는 영 못마땅한가 보다.
그래, 배가 아프겠지. 백날 천날 일만 해도 일 년에 여행 한번 못가고, 삶의 자리는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힘들었겠지.
그래, 부러웠겠지.
당신들이 없으면 집 구석에 앉아 도움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어야 만 하는 줄 알았던 장애인이 잘 살아가는 게 이상하고 낯설었겠지.
참 안쓰럽네요.
조금 더 당신을 돌아 보는 게 어때요?
정작 진짜 도움이 필요한 건 당신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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