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집 안에 귀뚜라미가 터를 잡았다.
해만 지면 입구에서 울어 대는 게 여간 신경이 쓰인다.
두 달 만에 열린 아래 문에선 검붉은 피가 흐른다. 기한을 넘겨 뿔이 난 불청객은 얼굴 곳곳에 울룩불룩 자리를 잡았다.
사실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밝은 척을 하고 사나...’
나는 본디 천성이 우울한 인간이다. 웃고 싶지 않을 때가 많고 이유 없이 나른해 지기도 한다. 자주 무료하고 불안과 슬픔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애써 가라앉힌 마음의 평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이런 상태는 어릴적 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힘들긴 해도 불만스럽진 않다.
가끔은 위로를 바라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기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
생기가 없어 보인다는 말이 듣기 싫어 꾸며낸 웃음이 이젠 습이 되어버린 듯 하다. 한바탕 웃음 뒤에 돌아오는 허탈함.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기 짝이 없다.
몰랐으면 좋았을걸 봐 버렸다.
머리가 복잡해 졌다.
‘어떡해야하나...’
이 방 저 방 해도 내 서방이 최고고
이 집 저 집 해도 내 기집이 최고라고
나 들으라는 듯 쇠백정의 어미가 말하고 있다.
진한 추억은 쉽게 살지지 않지. 그래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어느 정도는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여자의 그늘아래 살게 할 겁니까?
내 두 눈을 파버리던가.
당신의 두개골을 후려갈기던가.
닥치고 조용히 살던가.
애꿎게 뚜라미 탓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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