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데복음

2011.05.11. 교


itistory-photo-1

2010년 8월.
참 지겹게도 더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8개월전,겨울.
참 지겹게도 추웠던 어느날,
마데와 교가 어느 술집에 아주 앉았다.
속이 망가져 있던 교는 아이스티가 담긴 잔을,
마데는 소주잔을 마주 놓고 있었다.

"다니? 난 쓰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마데는 교를 놓았고,

"난 이럴때 이런 말을 하지.
잘가라,썅년아."
이말을 마지막으로 교는 돌아서는 마데의 서늘한 등짝만 바라보아야 했다.

그리고 8개월뒤,교는 마데를 찾아왔다.
흐르는 피를 닦으며,선혈이 낭자한 상처를 감추며,
미친놈처럼,
미친것처럼.

83년,마산에서 태어난 어린이 교의 꿈은 노동자였다.
노동운동 하시는 아버지에 노동운동 하는 삼촌들(아버지의 선후배들) 틈에서 자랐으니,
그런 꿈을 가질만도 하다.그 어린게 '노동자'라는게 뭔지나 알고 그랬을까마는...후후.
어려서 부터 아팠던 동생때문에 어머니의 관심은 이미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노동운동 한답시고 밖으로 도는 아버지의 부재.
어린이 교는 슬펐지.아팠지.그랬지.

중학생이 된 교는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처음 기타를 손에 잡고 흥분했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연히 알게된 대안학교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게된 교는
지긋지긋한 형노릇에서 벗어나 자기중심의 새로운 세계를 맞았다.
랭보를 흠모하던 그 때,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던 그 때,
지구에서 최고로 잘나가던 그 때,
아,그 때.
얼마나 황홀한 시절인가.

특별한 것에 열광하던 18살의 교는 피어싱 이라는 문화에 빠지게 되었고,
부산에서 갖은 한 모임에서 마데를 처음 보게되었다.

그런데,이게 무슨일이람.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마데라는 저 아이는 뭔데 안그러지?
'나에게 관심을 안보인 여자는 니가 처음이었어-'이런 싸구려 대사가 나올법한 3류 드라마 같은 상황이었다.
뭐 어쨌든,교는 마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은 일년에 한번,
가끔은 일년에 세네번,
어쩔땐 이삼년에 한번,
그렇게 마데와 만났다.
십년동안.

젊은은 바빴다.
돈도 벌어야 하고,공부도 해야하고,책도 봐야하고,기타도 쳐야하고,폼도 재야하고,여자도 만나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여행도 가야하고,군대도 가야하고.

그리고,젊음은 힘들었다.
상처투성이에,자괴감에,자학에,모멸감에,외로움에.
모든것에 치열했고,
모든것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런것들이 극에 달하때쯤이면,
교는 마데를 찾아갔다.
늙은 짐승처럼 본능만이 남은채로 힘겹게 마데를 찾아갔다.
마데는 교를 거절하지 않았으니까.

참 많은 과거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척,괜찮은척,좋은척 하려 애를쓰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지.

자,다시 2010년 8월.
커피를 마주놓고 앉은 마데에세 교는 얼굴도 들지 못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쌒여있던 그동안 숨겨놨던 그동안 속였던 모든 이야기를.

삼층 높이의 카페에서 뛰어 내리고 싶을만큼 힘겹고 부끄러웠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마데도 뛰어 내리고 싶었다.
다섯시간에 걸친 이야기가 끝나고 교는 돌아갔다.

그리고 딱 일주일 후 마데는 소식을 보냈다.
그 후로 함께한지 9개월이 지나고 있다.

마데가 묻는다.
"자기 그때 나에게 왜 다시 왔어요?"
교가 대답한다
"사랑하려고"

분석하길 좋아하고,눈에보이는것을 믿으며,
자신의 세상이 전부라 생각하던 교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은 어린아이같이 미숙하지만
이젠 자기 스스로의 상처를 돌봐줄 수 있을 정도로 교는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자신을 가둔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을 깨부수고
한껏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있는 것이다.
무엇이 교를 달라지게 한걸까.

교는 현존하고 있다.
이곳 웨이팡에서.
마데와 함께.

교가 웃는다.
마데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