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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0 + [금일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이 문자를 받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정상 이데올로기’, 그 허상에 갇혀있는 사회에서, 신체적, 정신적 손상자들은 극복과 재활을 요구받고 있다. 장애를 개인의 불행 서사로 만들어, 그 불행에서 벗어나려면 열심히 노력해서 정상인처럼 되어야 한다고 한다. 보편적 접근성이나 소수의 권리, 포용적 설계 같은 건 나중에, 나중에, 지금 말고 나중에. 그러니 너희들이 일단 우리한테 맞춰, 안되면 시설에 처박히던가, 집 밖으로 나오지 마. 이게 바로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이다. 점자 도서실에서 보내오는 이 문자 때문에 고대하던 글쓰기 수업에 나가는 당일이 자꾸 망설여진다. ‘그냥 예정대로 진행 한다고 하면 안 되나? 수업에 변동이라도 생기면 비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고 .. 더보기
2024,0323 오늘은 네가 태어난 날이야. 오늘 하루 너는 축하속에 둥실 떠다니겠지. 오늘은 너만큼 나에게도 중요한 날이야.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또 다른 인간을 낳은 날이거든. 그것은 뭐랄까… 경이롭다고 헤야할까, 신비롭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특별하다고 해야할까. 뭐 그런 기분들에 휩싸이곤 하는 날이야. 내가 너를 가졌을 때, 염려와 슬픔을 먼저 비츼는 사람들이 있었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가 어떻게, 어쩌자고 아이를 낳으려 한다는 건지, 원망이 섞인 걱정이었지. 하지만, 나는 그 슬픔에 가담하지 않았어. 그것은 오로지 그들의 몫이라고 셍각했거든. 너의 아빠는 네가 벳속에 있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엄마의 다리를 주물러 주었단다. 그리고, 매일 동글동글 베를 쓰다듬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어. 정말 평.. 더보기
2024,0315 “엄마는 좋은 사람 같아.” 니가 그렇게 말 하니까 내가 정말 좋은 사람 같잖아. 너는 나에게 확신을 줘. 6년 만에 머리카락을 잘랐다. 서로는 아쉬워 했다. -머리카락 왜 잘라? 안자르면 안돼?“ -암에 걸린 아이들이 있어. 큰 병이라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아주 독한 약으로 치료를 해야 한대. 그 아이들에게 무료로 가발을 만들어 주는 곳이 있대. 그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필요해. 그 아이들은 서로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동료나 동지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이야. 엄마한테 머리카락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자라는 털일 뿐인데, 누군가는 그게 간절해. 엄마는 그것을 나누어 줄 쑤 있는 상황이고, 그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야. 6년 전, 갓난 아기인 서로를 보러 집에 방문 하였다가, 나의 머리.. 더보기
2024,0312 “ ” “ 엄마는 좋은 사람 같아. ” “ ” “ 니가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정말 좋은 사람 같잖아. 너는 나에게 확신을 줘. 더보기
20240213 살림 식구 새로운 세탁기가 왔다. 외국을 떠돌던 교와 나는 2012년 한국에 돌아왔다. 우리 수중에 있는 돈은 현찰 100 만원이 전부였다. 교의 졸업을 위해 우리는 경남 창원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는 먼저 내려가 집을 구한 뒤? 나에게 창원으로 오라고 연락을 했다. 집 주인은 안채를 빌려 주고 15 만원이라는 월세를 받았다. 마당에 공용세탁기와 옛날식 화장실이 있었다. 교는 새벽에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 하는 나를 위해 요강을 준비했다. 참 남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월세 25만원짜리 가게 자리를 하나 얻었다. 반지하였다. 우리는 그곳에 거주하며 개인작업도 하고, 핸드메이드 소품도 판매하고, 인문 만화책방도 열었다. 역시 화장실이 없었고, 주인이 제공해 주는 세탁기도 없었다. 그 당시 교의 친구가 가.. 더보기
2024,0123 일반화의 오류 선생님을 찾습니다. + 33~ 34년 만에 피아노를 배웠다. 일주일에 한번씩, 50분, 15 회차 수업이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나에게 배정 되어진 피아노 선생은 배우고 싶은 곡을 골라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고르면 되는 줄 알았다. 첫 번째 수업 때, 선생은 나에게 ’도레미파솔라시도‘ 를 쳐 보라고 했다.그래서, 나는 그냥 쳤다. 선생은 결심한 듯 말했다. ” “좋아요. 한 곡 완성을 목표로 해보죠. ” 선생은 나에게 꾸준한 연습을 요구했다.그래서, 나는 계속 연습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가 깨기 전에 연습을 하고, 오후에 시간이 남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연습을 했다. 가족들의 저녁 밥을 차려 놓고 연습을 하고, 서로를 재워놓고 연습을 했다. 그냥 계속 했다. + + 악보를 볼 수 없.. 더보기
2023,1121 2년 전 친할머니의 삼일 장례를 마치고, 외할머니 와 외할아버지를 보러 갔다. 엄마, 아빠가 헤어진 이후로 왕래가 거의 없었지만, 왠지 뵈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직감 했던 마지막 만남. 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야 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뒤로 밀어놓지 않고 움직였던 나의 선택은 언제나 옳았다. 그리움을 제쳐두고 주어진 일상에 순응하며 지내다, 영정 사진으로 다시 만나게 된 사랑했던 사람들. 여름에 만나 바다에 가자던 성윤이, 조카 서로 보러 오겠다던 용하,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간 정철이, 뜨겁게 살다 빠르게 전소 되어버린 금이 간 아름다운 영혼들. 보내는 슬픔이야 당연하지만, 더 이상 그 앞에서 착잡한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동하였을 때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내려 애를.. 더보기
2023, 0826 2023 SUMMER SONIC 10 년만에 일본 방문. 10 년만에 오사카 방문. 10 년만에 썸머소닉. 그리고, 우리 서로와 함께한 첫 일본, 오사카, summer sonic. 서로, 네가 커서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생긴다면 좋겠어. 함께 음악을 듣고, 음악 이야기를 하고, 음악을 누리고, 공연을 보러 다니면 좋겠어. 힘들때나 즐거울 때, 슬플 때나 행복할 때 , 낯설거나 새로울 때, 편안하고 불편할 때에도 너의 곁에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어. 어느 순간은 장면보다 음악으로 먼저 기억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그랬어. 언제나 음악이 있었어. 그 덕에 살았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