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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808 악몽 서로의 꿈 엄마 무릅에 무서운 카드가 붙었어. 왼쪽 무릅에 붙었어. 떨어지질 않아. 엄마 나쁜 마음이 하나가 있으면 다른 나쁜 마음이 또 생겨. 나쁜 마음 하나 나쁜 마음 둘 나쁜 마음 셋. 너무 불편해 엄마 나는 엉망이야. 긴 밤을 건너는 사이 이불 속에 이마를 묻고 우는 아이. 소곤소곤 달래보지만 쉬이 진정 되지 않는다. 태초의 자세로 누워 네 품에 폭 들어와 쌔근쌔근 숨을 고른다. 토닥토닥 작은 날개짓 모양으로 등을 두드려주며 아이의 꿈 속으로 진입 한다. 엄마가 무서운 카드를 떼어냈어. 이제 무섭지 않지? 다음엔 나쁜 마음을 꺼내 줄게. 나쁜 마음 하나, 나쁜 마음 둘, 나쁜 마음 셋, 전부 사라졌다. 이제 불편하지 않지? 다 괜찮아. 모두가 저마다 엉망이야. 더보기
2023,0724 내사시가 생겼어요. - 그게 뭔데요? 왼쪽 눈동자 아래 바깥 부분에 남아있는 마지막 시력을 끌어다 쓰느라 동공이 안으로 쏠렸어요. 그걸 내사시라고 해요. 몸의 변동성과 반응성이 좋아서 시력이 남아 있는 부분을 스스로 찾은거에요. -그랬군요... 몇 년 전에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약속 장소에 들어오며 앉아 있던 나와 인사를 하는데 내 눈의 촛점이 맞지않아 놀랐다고 했다. -아니야. 이번엔 네가 틀렸어, 친구야. 나는 너를 정확히 느끼며 보고 있었어. 네 검은 눈동자 의 위치가 너와 달랐을 뿐이야. 왼쪽 + 오른쪽 할 것 없이, 검은 눈동자가 다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눈을 맞출거야. 그리고 계속 보여줄 거야.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때까지. 하얀 동자만 남아도. 그건 공백이 아니라, 여백 일꺼야. +.. 더보기
2023.0718 ‘‘옷이 너무ㅒ뻐요.’ ‘셔츠 진짜 잘 어울리네요.’ 저 셔츠를 입고 나가는 날은 마주한 사람마다 꼭 의상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우리 할머니 유품이야.” 하고 말해 주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어느새 좋은 반응은 깊은 관심으로, 호기심은 호감으로 변해있었다. 16살, 부모님의 헤어짐으로 나는 부산 할머니 댁에 보내졌다. 나와 함께 이주된 것은 동생과 옷가지 몇 벌, 피아노 한 대가 전부였다. 할머니 나름대로 꾸며놓은 그 방, 피아노 의자에 앉아 참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방 한켠에 자리하고 있던 할머니의 장롱. 나뭇결이 살아있는 정갈한 장롱이었다. 그것의 문을 처음 열었던 날, 나의 미학적 탐험의 문도 열렸다. 매일 들여다 보아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마법 옷장. 내 할머니의 장.. 더보기
2023, 0703 한살림에 다녀왔다. 서로가 먹고싷다던 얼음 꽁꽁 쮸쭈바를 샀다. 아이가 7살이 되자 여기저기에서 받아오는 불량한 식품이 늘어나고 있다. 나에겐 꽤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다. 얼마 전, 전라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모두 아이가 없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밥을짓고, 우엉을 조리고, 김을 굽고, 직접 담은 매실 원액으로 마실것을 준비해 서로의 도시락을 쌌다. 서로와 해변에서 한참을 놀고, 자신이 좋아하는 동화책을 선물했다. 또한, 마트 장보기가 낯선 나를 도와 성분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서로의 아침거리를 챙겼다. 우리는 아무도 그것을 유별나거나, 수고스럽게 생각 하지 않았다.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아는대로 살아가는 나의.. 더보기
2023, 0612 ”엄마 내가 그린 지구 보여줄까?? “ 사부작사부작 매일 아침을 스스로 여는 서로. 오늘은 그림 그리기에 한창이었나보다. 언제 그렸어? -오늘 아침에. 아침부터 행복 했겠네. 무엇으로 그렸어? -색연필이랑 싸인펜. 펜 즐감도 살리고, 터치도 좋다. 가운데 신비해 보이는 삼각형은 뭐야? -사파이어. 지구 중심에 있어. 멋지다. 니 머릿 속. 더보기
2023, 0606 시가 모임에 다녀왔다. 바쁜 일상속에 코로나 19와 독감을 지나는 동안 집안에는 한 생명이 태어났고, 그 아이는 마지막 시가 여행 때 서로의 개월수 만큼 자라 있었다. 우리 만남의 문화 중 하나는 아이들이 자고 난 뒤 가족 회의를 하는 것이다. 지나는 동안 어찌 살아 왔는지, 앞으로 한해의 계획은 어떠한지 돌아가며 이야기 하고, 집안 대소사에 대해 의논과 토론을 하며 생각을 나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평소 해 모르고 지냈던 크고 작은 기쁨과 어려움에 대해 서로 알게 되고, 맥락에 따라 상대방을 이해 하게 되며, 존중과 배움으로 평등을 이루어 간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기 위해 매번 더 솔직해 진다. 서로의 엄마, 큰 며느리, 형수, 큰 엄마, 형님 이전에 마데로. 내가 나로써 존재 할 때 가장 진심이 스.. 더보기
2023, 0521 웨딩 사진 B컷. 7년 전 오늘 super fullmoon에 나는 첫 번째 결혼을 하였다. 10대 말, 청소년기에 처음 만나 서로 곁눈질 하며 20대를 보내고, 30대 내내 함께 살다 보니 이제 우리는 40대 중 년이 되었다. 밝음과 어두움, 아름다움과 추함, 평화와 분노, 젊음과 나이듬, 안정과 불안함, 환희와 고통의 시간을 건너는 동안 우리는 늘 손을 잡고 있었다. 미친년, 놈처럼 싸우다가도 세상에 둘 밖에 없는 것처럼 사랑하는게 바로 너와 나.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지. 어쩔 수 없잖아. 더보기
2023, 0307 full moon 12 년전 이곳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챙겨, 12 년만에 다시 핫린? 코팡안으로. 서로와 함께하는 fullmoon party. 12년 전에도 너와 함께었는데, 우리의 이 세를 데리고 다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