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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이야. ​ “ 지금 맞지? “ “ 잠깐 열리는 그 천국 같은거 말이야. “ “ 지금 그 때 맞지? “ 서로가 나온 뒤 교는 종종 이 말을 한다. 오늘도 우리는 그런 오후를 보냈다. 바람은 더할나위 없이 시원했고, 그늘은 적당했고, 서로는 차분히 자신의 놀이를 즐겼고, 우리가 기대어 쉴 수 있는 벤치가 비어 있었다. 더보기
배짱이 ​​ 우리는 참 배짱도 좋다. 와 라는 이름을 걸고 삼 년째 고정수입 없이, 딱히 이렇다 할 경제적 활동 없이 육아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 사이 제주도 와 태국에 여행을 다녀왔고, 굶주리지 않았고, 불행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도록 얼마나 많은 곁들이 우리를 돕고, 지지하고, 보태고, 응원하고 있는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참 배짱도 좋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세계에서 상위권에 들 만큼 바쁘고, 비싸고, 빠른 도시 서울. 이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 있게 웃고, 산책하고, 사색하며 아이를 키워도 될까? “ 아,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 규는 미소를 잔뜩 머금고 말 했다. ++ 오늘 아침은 정말 놀라웠다. 아니, 벌써 6 월 말이라니. 달이 시작될 때만 해도.. 더보기
보육권리 선언:어린이 ​ 1.날마다 햇빛과 바람, 물, 흙 속에서 놀 수 있게 해 주세요. 2. 매일 나를 안아주고, 나와 눈 맞추며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친구(선생님)들을 충분히 주세요. 3. 따뜻한 간식과 건강한 먹을거리를 주세요. 4. 장애를 가진 친구들, 조금 다른 얼굴, 다른 말, 다른 나이의 친구들과도 함께 놀 수 있게 해 주세요. 5. 꽉 짜인 시간표로 움직일 때마다 줄 세우지 말아 주세요. 6. 여자와 남자를 옷과 놀이와 말로 구별하지 말아 주세요. 7. 모두가 똑같은 옷과 가방과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게 해 주세요. 8. 글자와 숫자와 외국말을 너무 일찍 익히게 하지 말아 주세요. 9. 화난 얼굴, 노여운 목소리, 무서운 매로 우리를 슬프게 하지 말아 주세요. 10. 학교가 끝난 후에도 우리가 함께 놀 수 있.. 더보기
노브라 마데씨 ​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름다운 패턴과 총 천연 색깔을 받아낼 수 있는 눈부신 햇살의 계절. 여름이다. 언제나 여름을 기다리는 나는 겨우내 묵었던 칙칙하고 무거운 옷들을 깡그리 정리해 버렸다. 부피만큼이나 몸도 가벼워졌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 후 처음 맞는 여름이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시선을 무시해야 할까. 자외선 보다 따가운 그 눈빛들. 몸에 걸쳐진 옷감이 그저 거추장스럽기만 한 나는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동네 욕받이가 되고 만다. 내가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 사람들 중 브라를 착용하지 않은 할머니도 많다. 으하하. ‘ ‘할머니, 축 늘어진 레이온 티셔츠 위로 찌찌 다 티 나요. ‘ 적은 옷감으로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행색과, 문신은 까만 피부 와.. 더보기
20190623:+823 ​​ 하루에 열 번도 더 울고, 백번도 더 웃는 서로. 똥싸개, 오줌싸개 서로. 다 먹어 치우는 먹보 서로. 자기 주장이 강한 서로. 사랑도 많고, 겁도 많은 서로. 더보기
홈 헬퍼 ​ 최근 약 20일 정도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5월 말 월내 회의에 다녀오신 헬퍼 님은 회의에서 얼굴도 본적 없는 타인의 입을 통해 나왔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우리(통칭:서로네)는 내가 시각장애 1급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육아 도움 정책 중 하나인 홈 헬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홈 헬퍼 란? 홈헬퍼(home welfare)란 가정 봉사원 파견 사업이다. 가정봉사원은 장애인이나 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취사 청소 심부름 산모 육아 등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회의에서 나온 우리에 관한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 서로네는 여행도 자주 가는 것 같은데 이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것 맞나요? - 서로네는 그렇게 여행을 갈 정도면 어려운 것 같지 않은데 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죠? - .. 더보기
20180224:+239 ​ 저번 주 일요일 부터 고열을 동반한 감기에 시달리 서로. 6일이 지난 오늘에야 기운이 좀 있어 보인다. 먹깨비 서로가 잘 먹지도 않고, 놀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는 걸 보면서 정말 많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저 작은 몸에서 39°가 넘어 가는 높은 열이 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댜. 각탕, 관장, 죽염, 감잎차, 해열제, 콧물 야, 항생제 까지.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밤새 서로를 안고 울기도 했다. 가여운 우리 아기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 했다. 더보기
20180203:+318 ​ 서로는 요즘 엄청난 도약이 시기를 맞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박수를 치며 짝짜꿍을 했고, 그저께는 스툴을 보조 삼아 밀며 아장아장 걸었다. 며칠 전에는 만세를 했고, 그 또 며칠 전에는 잼잼, 곤지곤지, 내 손바닥에 자기 손바닥 마주치기, 동물 소리 흉내내기, 자기 장난감에게 이름 지어주기 등등 메일메일 다채롭고 새로운 능력들을 연매래 가고 있다. 한동안 불안했던 시기를 지나 이젠 다시 밤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흥과 웃음이 많아졌다. 한동안 이가 가려워 내 젖꼭지를 질겅질겅 씹어 되는 통해 나는 항생제까지 먹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서로의 일이 안정기가 고맙고 다행스럽기만 하다. 더보기